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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이미지는? - 책 '파친코(Pachinko)' 표지 비교

페이지 오 2023. 12. 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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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떤 시각적 이미지로 해석이 될까요? 
 
소설 <파친코(Pachinko)>는 전례 없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소설 중에 하나라고 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가 온전히 한국인이 전면에 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리고 미국인(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가 영어로 쓴 소설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겠죠. 이 소설이 애플 TV에서 드라마 시리즈로 기획되어, 2022년 방영된 시즌 1이 방영되었고, 시즌 2는 2024년 중에 오픈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1) 
 
영문으로 쓰인 이 소설은 한국의 1940년대 이후 3대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중심 소재이기도 한 한국의 역사 이야기가 시각적 이미지- 표지로- 어떻게 해석이 될까요? 이 부분은 제가 항상 궁금한 부분이기도 했죠. 나라별 책 표지 이미지를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어판 표지] - 도박기기(반전)의 반전
 
아래는 한국판 책 표지입니다. 한국인 독자들에게 '파친코'라는 단어 - 도박 기기 중 하나로 그림의 짝을 맞추면 돈이 나오는 기계 - 는 의미뿐만 아니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라는 것도 다시 설명할 필요 없는 정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어판 표지는 파친코라는 도박 기기 안의 모습을 한국적인 문양으로 변환해 환상적으로 보여준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 '파친코' 의 환락적인 이미지를 반전시켜 소설의 정서를 전달하고 싶었던 의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나비'가 가운데 있는 것은 왜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네요. 파친코 기기에 나비가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저는 왠지 톤 다운된 노란색 표지가 밝고, 희망적이면서도 향수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어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어요.   

소설 '파친코' 한국어 표지

 
 
[미국판 표지] - 저고리를 입은 여자
 

소설 '파친코' 미국 초판 표지로 보인다

 
대부분의 국가의 표지에서 동양인 소녀의 모습을 그려낸 것도 특징이에요. 실제로 소설이 '선자'라는 한국인 여성의 서사가 중심이기 때문에 당연하기도 합니다. 

미국어판 초판으로 보이는 아래 표지는 아예 익명의 소녀가 얼굴을 정면에 - 정면을 응시하기까지- 드러내고 있어요. 딱 맞는 짧은 저고리에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소녀는 곤궁하고 어려운 상황인 것이 드러나지만, 상황을 회피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어쩌면 소설에 주인공의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아래 동그란 원이 뻥 뚫려 있어서 어쩐지 상실과 파격을 연상시키는 것 같아서 저는 이 표지가 기억에 많아 남았었습니다. 그럼에도- 소설 후반부에 나오는 일본과 미국의 화려한 경제적 번영의 시간들이 이미지에서는 제외되어, 전체적으로 지난하고 곡절이 많은 다소 어두운 이야기로 보이게 하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 '파친코(Pachinko)' 미국판 표지 (왼쪽 작은 인물 없는 버전, 오른쪽 작은 인물들 등장 버전)

 
또 다른 미국판 표지는 한복을 입은 한국 여성의 실루엣에 아래  한 폭의 동양화가 그리고 엄마와 아이처럼 보이는 인물들도 그려져 있습니다. 소설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그대로 설명하고 있는 이미지라, 꼭 오래된 포스터 같은 느낌도 느껴졌습니다. 
 
 
[유럽어권 표지] - 비상/추락하는 새
 
어떤 이유에서인지, 영국판 소설 표지는 우리나라 왕실 문양에서 따온 듯한 자수, 봉황의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독일어판의 경우, 학을 등장시켰네요. (사실 소설에서는 봉황과 학은 전혀 등장하지도 않고, 왕실에 대한 내용도 전혀 없답니다.)  그럼에도 추락과 비상을 반복하며 먼 항해를 할 목이 긴 새들의 모습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의 모습과 동떨어져 보이지는 않네요. 만개한 꽃의 이미지도 그런 의미에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영국판 표지(왼쪽 위), 포르투칼어판(오른쪽 위), 독일어판 (왼쪽 아래), 스웨덴어판 (오른쪽 아래)

 

유럽권의 경우, 표지들이 더 화려하고 팬시 합니다. 프랑스어판 표지는 한국식 한복을 입은 여인이 일본식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는 뒷모습을 강렬한 색의 대비로 보여주었어요. 한국과 일본의 역사가 버무려져 다국적인 정체성을 가진 다이내믹한 현대적 여성의 이야기로 표현된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 '파친코' 프랑스어판 표지

 
[그 외 나라들] - 댕기머리 소녀의 뒷모습

댕기머리 소녀의 뒷모습으로 소설을 표현한 표지들도 꽤 보이네요. 아래 왼쪽은 노르웨이, 오른쪽은 슬로베니아어로 표기되어 있는 걸로 보이는 데 국적은 정확하지 않아요.
 

소설 '파친코'의 표지 노르웨이(왼쪽) 국가 불명확(오른쪽)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표지에도 한복을 입은 여성이 정 가운데 배치되어 있습니다. 두 개 표지에는 소녀라기보다는 여성의 모습을 가운데 그려냈어요. 베트남 표지의 여성은 치마를 집어올리고 다른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여성처럼 보인다면, 인도네시아 표지 여성은 결의가 가득한 독립운동가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네요. 

소설 '파친코'의 표지 베트남(왼쪽), 인도네시아(오른쪽)

 
 
 
 
표지를 찾은 이미지 사이트 언어를 기반으로 표지 디자인 국가를 추론했기 때문에, 위에 표기한 표지별 국가명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https://www.esquire.com/entertainment/tv/a40310332/pachinko-season-2/

'Pachinko' Season 2 Will Break Your Heart All Over Again

Don't worry: your favorite actors are returning, including a certain K-pop sup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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