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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스타의 표지 디자인 - 책 '칩 키드 : 북 원, 작업 : 1986-2006 (Chip Kidd : Book One)'

페이지 오 2024. 12. 19. 17:17

책 표지 디자이너계의 락스타(Rockstar),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교황 

 
디자이너 칩 키드 (Chip Kidd)를 수식하는 말은 그야말로 극단적으로 화려하다. 동료 디자이너 존 골(John Gall)은 그를 락스타(Rockstar)로, 예술 분야 출판사 리졸리(Rizzoli)는 그의 책을 출간하면서 그를 헐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라고, 또 피터 맨덜센드의 책에는 교황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1) 말 그대로 분야를 대표하는 톱스타이자 대체불가능한 인물을 이야기하는 수사이다.
 
디자이너 칩 키드

악동을 연상시키는 그의 이름 칩 키드(Chip Kidd)는 -  본명은 찰스 키드(Charles Kidd)라고 한다 -어린 시절 불리었던 별명 칩(Chip)을 사용해, 칩 키드(Chip Kidd)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 - 가벼운 조각을 연상시키는 칩(Chip)과 키즈(Kids)를 연상시키는 키드(Kidd)라는 성이 합쳐져서, 이름마저도 익살스러운 인상을 남긴다.

표지 '칩키드: 북 원: 작업: 1986-2006 (Chip Kidd : Book One : Work : 1986-2006)'

 
북 원 : 작업 1986-2006 (Book One Work : 1986-2006)

이 책은 제목 '북 원 : 작업 1986-2006(BookWork : 1986-2006)' 그대로 북 디자이너인 그가 1986년에서 2006년까지 20년 동안 한 작업물과 그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팬이라면, 당연히 방대한 작업물을 한 권의 책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선물이 되겠다. 생각보다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글들도 빼곡히 많은데, 어떤 생각으로 작업물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솔직한 생각을 남겨두었다.
 

책 '주라기 공원(Jurassic Park)' 의 표지 작업은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업 중 하나로, 이 이미지는 이후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만들 때에도 사용되었다. (출처 : 비핸스) 2)

 
책 표지에 대한 생각들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많은 책이지만 생각보다 글도 많다. 각 작업들마다 작업들을 어떤 생각으로, 왜 했는지, 그리고 어떤 이들의 도움을 받고, 영감을 받았는지에 대한 짧은 글들이 쓰여있다. 그가 남긴 코멘트들 중에서는 책 표지 디자이너로서 표지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뿐만 아니라, 책을 서점에 배치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 등 홍보물로서 책 표지를 이해하고 있는 부분도 많이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해변의 카프카' 표지

알지 못하는 것(The Unknown)

.... 알지 못하는 것은 탐구할 가치가 있고, 이상한 것은 정말로 아름다울 수 있다.' (.... the unknown is worth investigating, and the weird can be truly beautiful.)  - 하루키 소설 표지 작업에 대한 코멘트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표지 작업에 대한 코멘트였는데, 소설에서 매료되었던 점을 정확히 언급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책 표지를 만든다는 것이 결국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탐구해 보도록 유도하는 일과 비슷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에 대한 표지

표지 '칩키드: 북 원: 작업: 1986-2006 (Chip Kidd : Book One : Work : 1986-2006)' 표지를 넘기면 아이의 얼굴이 등장하면서, 문구가 이어진다.
표지 '칩키드: 북 원: 작업: 1986-2006 (Chip Kidd : Book One : Work : 1986-2006)' 표지를 넘기면 아이의 얼굴이 등장하면서, 문구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가장 매료되었던 이 책의 표지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성인의 커다란 손이 아이가 가지고 놀 법한 아주 작은 책을 펼쳐 읽는 장면은 장난스러우면서도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 이미지는 큰 대비(큰 손과 작은 책으로)로 시선을 끌 만한 기괴하지만, 장난스러운 유머가 담겨 있다. 마치 책을 펼칠 때 느낄 수 있는 기대감도 떠올리게 하여, 단순한 표지를 넘어 책의 본질을 완벽하게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작업(Work)'에서 '일어난 일들(Things happened)'로

   1986-2002년도 사이의 작업' (Work : 1986-2002) 문구는 한 장을 넘기면 '1986-2002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Things happened in 1986-2002)로 바뀐다 


어린 시절의 앨범을 다시 꺼내 보는 듯한 책 표지는 책 첫 페이지를 넘기면, 칩 키드 자신의 어린 시절 소년의 사진이 보이며, '일어난 일들'(Things happend in)이라는 문구가 연도 1986-2002의 문구와 그대로 이어지게 해 두었다. 표지의 작업들(Work)이라는 문구가  한 장을 넘기면 '일어난 일들'(Things happened)로 바뀌게 해 둔 것이다.

도입부에서 표지의 다소 딱딱한 '작업들'의 문구를 살짝 누그러뜨려 조금 더 개인적인 뉘앙스인 '일어난 일들'로 조금 더 친밀한 이야기들로 들어가게 하는 도입부를 만든 부분은 다시 곱씹어도 유머러스하면서도 천재적이다. 이제는 20년 차 디자이너로 어른이 된 자신이 어린 시절 예전 사진집을 뒤적이는 듯한 이 책 그 자체를 정확하고 매력적으로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사적인 노트를 들여다보는 듯한 뉘앙스를 전달하였다.  

 

표지 '칩 키드 : 북 투, 작업들 2007-2017'

 
북 투, 작업 : 2007-2017 


그는 두 번째 작품집 '칩 키드 : 북 투 (Chip Kidd: Book Two, Work : 2007-2016)'도 발간되었다. 한쪽 눈으로 무엇인가를 골똘히 보는 듯한 자신의 모습을 이 표지에서도 드러난다. 이 책은 포워드 인디 디 올해의 책 (FOREWORD INDIES Book of the Year Awards)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조사하다가 알게 된 것은, 그가 실제 소설을 집필한 적도 있다는 점이다. 3) 나 킴 북 디자이너도 화가로도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칩 키드는 소설가까지 되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아무래도 북 디자이너로서 벼려온 예술가로서 온전하게 드러나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참고 링크>

1) 리졸리 출판사 

 

Book - Rizzoli New York

FOREWORD INDIES Book of the Year Awards — 2017 GOLD Winner for ArtAccording to the Huffington Post, “Chip Kidd is the Meryl Streep of book design.” At the forefront of a revolution in publishing, Kidd’s iconic covers, in large part inspired by me

www.rizzoliusa.com

 
2) 관련 기사 : 비핸스 
Welcome (Back) to Jurassic Park :: Behance

 

Welcome (Back) to Jurassic Park

Limited edition 4-CD soundtrack set for La-La Land Records featuring music composed by John Williams for the Steven Spielberg-directed Jurassic Park films.

www.behance.net

 
3) 칩 키드 소설가로 출간한 소설 

 

The Cheese Monkeys: A Novel In Two Semesters

The Cheese Monkeys: A Novel In Two Semesters

www.amaz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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