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이미지

책이 입는 옷- 줌파 라히리

페이지 오 2024. 8. 14. 16:25
728x90
728x90

 

책 표지에 대한 책이라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줌파 라히리의 '책이 입은 옷 (원제 : The Clothing of Books)'의 표지

줌파 라히리(Jumpa Lahiri)는 이미 전세계 많은 팬을 보유한 유명한 작가이자, 퓰리처 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그녀의 모든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단편 모음집이었던 <축복받은 집> 인상적이었습니다. 특유의 아주 섬세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는데, 마치 얇게 여러 겹으로 채색해서 그린 수채화가 연상되었습니다. 그만큼 이야기가 작은 보폭으로 조금씩 진전되지만 마지막에 완성된 큰 그림을 불현듯 발견하게 되는 인상이었어요. 저의 감상이었습니다. :-) 

무튼, 그녀가 <책이 입은 옷 (원제 : The Clothing of Books)>이라는 책 표지에 대한 글을 썼다고 해서, 아주 오랫동안 흥미를 가지고 있다가 최근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또는 다른 이의 책을 감싸고 있는 표지에 대한 예찬이나 찬사 일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오히려 그 반대 - 글(텍스트)에 이미지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질문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근본적으로 텍스트와 이미지와의 관계,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상호보완적인가- 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된 책 표지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작가가 표지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라니 조금 흥미로웠습니다. 출판의 과정이 많은 이해관계(출판사, 작가, 디자이너, 홍보 등)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나오는 상품이라, 작가의 입장에서 자신이 쓴 창작물이 목적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된 시각적 이미지가 자신의 작품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불편감과 역설적인 상황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나의 책을 보는 이들이 내가 쓴 문장을 첫 문장이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하죠.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책 표지들을 찾아보면 더 그렇습니다. 그녀의 이국적인 이름에서 연상되는 인도식 모티브들, 색감들, 전통 인도 여성 의상에 들어가는 패턴들이 들어간 표지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꾸준히 소설과 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당하는 것을 거부하는 목소리를 내어왔죠. 책을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설계된 책의 표지가 작가의 정체성을 어떤 방식으로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

이 일종의 에세이 집인 이 책은 첫번째 챕터에서 우리가 입는 교복-유니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책에도 유니폼이 있다면 하는 가정을 하게 만듭니다. 자신의 사촌이 입었던 교복처럼 책이 입는 옷에도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 옷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라는 물건, 오브젝트가 가지고 있는 매혹과 그리고 책을 해석하고 있는 또 다른 예술가로서 책 표지 디자이너와의 관계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초기 책의 표지를 친언니가 제작했다고 해요. 2) 표지를 제작한 울프의 친언니는 책을 다 읽지 않은 경우도 많았지만, 책 표지를 디자인하는 예술가와 글을 쓰는 작가가 아주 가까운 경우로서 사례를 소개합니다. 현재 출판 과정에서는 글쓴이 자신과 표지 디자이너와는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하죠. 

버지니아 울프 초기 출간물의 표지, 그녀의 친언니가 디자인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출처 : lithub, 아래 링크 2))

 

그녀 소설을 통해서 자신을 둘러싼 정체성 - 나와 나를 바라보는 나- 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구해온 작가가 오히려, 이 소설의 표지를 통해서 그것을 또 한 번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도 언급하다시피, 지금의 책 표지는 벗을 수 없는 옷이 되었습니다. 책 표지는 이제 구매자에게 라벨(label)로서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 재료들을 알려주는 역할이자, 독자들이 책을 읽기 전에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 표지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죠. 마지막에 디지털 시대에서 책의 표지는 아예 책을 보호하고자 하는 기능을 잃은 그렇지만 작가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자, 손 때 없이 늙지 않는 이미지라고 언급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모로 글과 이미지와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에세이집이었습니다.  


 

1) <책이 입은 옷> 출판사 서평 

 

책이 입은 옷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2) 버지니아 울프의 간단한 시각적 역사 관련된 글 (출처 : lithub.com)

 

A Brief Visual History of Virginia Woolf’s Book Covers

Virginia Woolf was born 136 years ago today. It almost seems silly to write that her books are wonderful, or world-changing—but they are. I’d wager that, if you’re reading this space, y…

lithub.com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