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의 콜라주 작업을 발견했습니다.
뉴욕 맨해튼 야경의 흥분과 화려함의 전형을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야경의 똑같은 크기의 빛들을 확대해서 산란된 원색으로 가까이 보여주는 듯한 이미지는 엽서가 가진 노스탤지어적 전형을 파괴하면서도, 작가만의 해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단순한 작업에서도 엘스워스 켈리의 색감을 조합하는 방법과 감각이 정확히 보여, 역시 대가답다는 생각도 드네요.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 1923-2015)는 미국의 추상 미술가로, 형태와 색의 순수한 조합을 통해 공간과 시각적 경험을 탐구하며 20세기 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 중에 한 명입니다. 놀랍게도, 엘스워스 켈리는 1945년부터 2005년까지, 약 400여 장의 엽서에 콜라주 작업을 남겼다고 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목적 - 친구에게 보내기 위한 - 엽서로서 실제 사용했다고 해요. 관광객을 위한 엽서 위에 간단한 콜라주 작업을 친구들에게 실제 엽서를 보냈다고 하죠.
엽서 : 카드 보내기 (Post - Cards)
엽서는 주로 아주 짧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작은 카드로, 앞면에는 그림이 그리고 뒷면에는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빈칸과 주소를 적을 수 있는 칸으로 나뉘어 있죠. 긴 글을 적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앞면의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엽서를 보낸다는 것은 이미지를 같이 보내는 것이죠.
이런 엽서는 우편 시스템을 통해 - 실제 '여행'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의 손과 발을 거쳐 - 목적지에게 도착하기 때문인지 여행 그 자체도 작품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익명의 우편배달부에게도 보이는 이 엽서 작품들은 이미 친구만을 위한 작업이 아닌 익명의 누군가들을 위한 관객을 작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우편 시스템을 하나의 작업 요소로 활용하기도 한 것 같아요.
콜라주 작업이 '좋다'고 판단될 때의 기준과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강한 색깔들의 충돌과 그의 조화로움은 파격의 기반 안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켈리의 엽서 작업의 그의 미감과 작가로서 행적이 같이 교차된다는 점이 여러모로 재미있게 여겨집니다. 실제로 작가는 1940년대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다가 종종 미국 뉴욕으로 돌아오곤 했다고 합니다. 엽서 작업에서 뉴욕과 파리의 상징물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겠죠.
최초로 1949년부터 시작한 이 사적인 작업들은 2005년까지 이어졌습니다. 각종 강, 바다, 다리, 건물 등 각각의 아름다운 풍경과 상징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이미지들은 작가의 덧붙여 가리기를 통해서 다르게 보입니다. 이 작품들은 당연히 그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엽서 전시하기
2021-2022년 미술관(Museum)등에서는 그의 엽서 작업만으로 전시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400점이 넘는 워낙 방대한 양의 작업이라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더 큰 작업을 위한 준비이자 가벼운 실험으로서도 작용을 했겠지만, 대가의 가볍고 재치 있는 작가의 제스처와 그의 경험과 머문 장소 등에 대한 증거물이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우표가 되기
그가 우편 시스템이 가진 낭만적인 여행적 경험을 작품에 사용해서 일까요? 2019년에는 그의 대표작으로 미국 기념 우표가 발행되기도 하였습니다. 색색깔의 작품들이 우표의 작은 틀 안에서도 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참고 링크>
https://www.theparisreview.org/blog/2022/05/19/postcards-from-ellsworth/
https://tang.skidmore.edu/exhibitions/275-ellsworth-kelly-postcards
U.S. Postal Service Honors the Art of Ellsworth Kelly with Stamps - Newsroom - About.us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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