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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과 부드러움 - 던컨 한나 (토마스 파크 소개글 중심으로)

페이지 오 2024. 11. 25. 15:59

 

'나의 사적인 도시'의 저자로 오랜 팬이 된 박상미님은 책을 저술하는 작가이자, 번역가이자, 미술품을 판매하는 갤러리스트이기도 하다. 서울 용산구에서 갤러리를 '토마스 파크' 라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전시 소개를 위한 글을 메일로 보내주는데, 이번 전시를 소개하는 그 글 자체가 좋아서 오늘 다시 읽는다.

아방가르드가 모두에게 존경을 받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아방가르드가 아니다.*

 

이번달에는 던컨 한나(Duncan Hannah)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한다. 그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데, '저항'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서 설명한다. 겉으로 보기에, '저항'이라는 파괴적인 뉘앙스의 단어는 그의 작품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분명 부드러움, 미묘함, 익숙함 같은 낭만적인 심상이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고백이 입 밖에 나오는 순간 타락하듯, 예술적 혁신은 이루어진 순간 동일한 수준의 중요성을 요구하며 반복될 수 없다. (중략) 예술계에서조차 개인의 고유함을 유지하는 데는 많은 불이익과 불편함이 따른다.*

 

이 우아함은 저항의 결과다. 당시 작가가 활동하던 1970-80년대는 추상회화와 개념 미술이 지배하고 있었다. 던컨 한나의 작품은 어디서 본듯한 익숙한 장면이 연상되면서도, 우아한 뉘앙스가 담겨있다. 이 당시 상황을 고려할때, 이 자체가 예술계의 큰 흐름에 대한 '저항' 이었다.

 한나가 우리 곁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그를 돌이켜보면, 무엇보다도 그는 저항적이었다. 그는 어떤 의제나 선언문도 없이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그렸다. 그렇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자체가 반항이다.*

누군가 미술품이 왜 비싼지 묻는다면 저항의 값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저항으로 생존하는 것은 아주 쉽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생존한 저항의 기록에 대해서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마치, 유물처럼 그 시대를 모두 지나 살아남은 것에 대한 추모이자 존경처럼. 

아무튼 박상미 작가님의 글은 전시 서문으로는 조금 넘친다 싶을 만큼 깊이가 있다. 역시 그래서인지 운영하는 전시공간 토마스 파크에서는 '클럼지'라고 해서 일종의 글을 읽는 유료 모임도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전시도 직접 보러가고 싶다. 

 

 


* 위에 표기된 글은 모두 아래 토마스 파크 전시 소개글에서 발췌한 글 입니다. 

https://thomaspark.site/thomas-park-exhibitions-current/

 

Thomas Park – EXHIBITIONS – CURRENT – THOMAS PARK

Thomas Park is pleased to announce Nowhere Rebel : Remembering Duncan Hannah (1952–2022), a selection of his paintings from private collections in Seoul. We are deeply grateful for the invaluable help and support from the collectors of Hannah’s work

thomaspark.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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