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신미경 작가님 전시를 보고 왔어요. 비누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작가님이시죠. 또 다른 작가의 작품인 시릴라 모젠타(Cyrilla Mozenter) 작가의 작품 중에도 비누를 사용한 작품이 있어 생각이 바로 났답니다.
'Homage to Francis Ponge' 1)작업은 작가가 공공 화장실에서 몰래 가져온 비누들을 모아 전시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가져온 비누 대신에 새로운 비누를 다시 비치해 두었죠. 그렇게 사용된 비누들을 모아 전시장 바닥, 흰 천 위에 올려둡니다. 각각의 비누는 각자 다른 색깔과 모양으로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이죠.
" 더러워졌다가 다시 깨끗해지는 - 비누는 (그녀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은유를 보여준다. 없는 것, 그리고 상실되었기에 더 중요한 어떤 것을 상징한다."2)
공용 화장실에서 사용된 비누에서 무수히 스쳐갔을 익명의 손들의 부빔, 흔적이 남아 있는 비누들을 한번에 보여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1995년 그녀의 개인전의 서문에 언급되었던 것처럼, 그녀의 작품에서는 지금 없는 것, 있었다가 없어진 상실된 것을 강렬히 연상시키게 합니다.
익명의 부빔으로 인해 속살이 드러난 비누들은 더 투명하게 반짝인다. 상실된 무수한 움직임들을 한꺼번에 다같이 보는 것에 이상한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마치 이것은 큰 극장에 모인 관객이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고 있는 것과는 완벽히 반대인 상황, 이 모든 것들이 사라져 있는 것에 대한 향수이자 슬픔 같은 것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작품이 언제나 시적으로 느껴지는데는, 행간이 정밀하고 정교하게 계산된 작품들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은 없거나, 보이지 않으나 연상되는 감각과 같은 것들이 정밀하게 나열되어 언제나 부재를 상기시킵니다. 지금 없는 많은 사람들의 손 부빔과 거기서 발생하는 거품, 그리고 휘발되어 없는 사라진 지금은 없는 비누의 일부분, 손을 통해 물에 흘러 들어간 비누의 일부를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1) 작가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Homage to Francis Ponge (1991) 작품 이미지와 설명
https://cyrillamozenter.com/work/1989-1991-homage-to-francis-ponge
1989-1991 Homage to Francis Ponge — CYRILLA MOZENTER
Artist Statement 0 false 18 pt 18 pt 0 0 false false false /* Style Definitions */ table.MsoNormalTable {mso-style-name:"Table Normal"; mso-tstyle-rowband-size:0; mso-tstyle-colband-size
cyrillamozenter.com
2) 2000년 드로잉센터 개인전 에세이 내용을 번역하였습니다.
Catalog - for solo exhibition Very well saint. Drawing Papers #8. Essay by Elizabeth Finch. The Drawing Center, NY, 2000.
'글과 이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쯤 친밀하고, 반쯤 공개적인 - 엽서를 사용한 미술 (1) | 2025.06.15 |
---|---|
미완의 작품들 (0) | 2025.06.02 |
어떻게 그림을 개선할 수 있을까 - 셜리 카네다(Shirely Kaneda) 인터뷰 중 (0) | 2025.05.16 |
드로잉을 하는 이유 - 시릴라 모젠터(Cyrilla Mozenter) (3) | 2025.05.09 |
무엇이 완성일까 - 『끝나지 않은(Unfinished)』 (1) | 2025.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