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과 색연필

연필 사용한 현대 미술가 - 안규철

페이지 오 2023. 1. 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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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과 연필 

 

안규철 작가의 작품들은 연필이라는 재료와 많이 닮아 있다. 연필로 그리고 지워가며 쓴 그의 글과 그림들은 쓰고/그리고 지웠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림 일기 

 

그의 글과 그림은 검소하고 소박한 표현 덕분에 어린 시절 숙제였던 그림일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글은 그림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그리고 그림은 글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서로 보완한다. 

 

표지 안규철 '사물의 뒷모습'

 

 

 

그가 그림과 글을 엮어 책으로 출판도 여러 번 되었다. '현대문학'에 정기적으로 실었던 그의 글과 그림은 <그 남자의 가방> (2001)으로, 그리고 이후에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 (2013), <사물의 뒷모습> (2021) 으로 출간되었다. 미대를 졸업하고, 기자 생활을 해왔던 작가에게 글과 그림은 그가 일생 단련한 언어를 같이 사용한 것이지 않을까. 

 

 

 

그런데 왜 연필이었을까?

 

 

 

지울 수 있는 연필 

 

연필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작가의 조심스럽고, 사려깊은 성정 때문에 그가 써버린 글과 선들을 의심하고 여러번 고쳐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고 생각했다가 - 오히려 지웠던 흔적이 중요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규철 '당신만을 위한 말' 포스터

 

 

지웠던 흔적

 

지운 부분 또한 기리고 기억하고, 또한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의 드로잉의 특별한 점은 놀랄만한 생각이거나, 충격적인 이미지이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 여러번 쓰고 지웠던 흔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매체와는 달리 연필은 필압에 의해, 종이 표면에 움푹한 자국을 만들어낸다. 쓰였던 것들은 반드시 표면을 긁어 바탕에 흔적을 남긴다.

 

연필과 지우개 (출처 : Getty Image)

 

왜 연필이었을까. 아마도 더듬고 머뭇거렸던 망설였던 의심했던 모든 것을 기억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작가는 출간된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범람하는 이미지의 강력한 힘앞에서 수공업적 이미지 생산로서 무력감을 느낀다'면서도, '미술은 아름다움을 오히려 아름다움'을 잊어야 한다 말한다. 그는 무엇을 잊고 싶었을까. 1)

 



참고 내용

1) http://www.workroompress.kr/books/all-and-but-nothing-revised-edition

 

워크룸 프레스

워크룸 / 워크룸 프레스. 2006년 12월 서울 창성동에서 시작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2013년부터 임프린트 작업실유령도 함께 운영한다. 동시대 시각 문화와 예술, 문학, 인문, 실용 등

www.workroompre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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