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형 재료?
많은 미술재료 중에 '수채 색연필'은 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연필과 수채물감을 합친 혼종 - 하이브리드(hybrid) -적인 재료이기 때문일 것 같아요. 수성 물감은 물과 섞어서 안료를 바르도록 되어 있고, 건성 재료들은 안료 가루를 묻혀서 사용하도록 되어있죠. 하지만 수채 색연필은 수성과 건성 모두 동시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독특합니다.
수채 색연필은 어떤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을까요? 제 생각에는 선으로 표현하는 연필과 면으로 표현하는 수채 채색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면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색연필로는 아주 넓은 면을 한 개의 색깔로 채우기가 어렵죠. 수채 색연필은 색연필이 가진 제어할 수 있는 정확성과 수채 채색이 가진 투명하고 유동적인 표현력을 같이 제공합니다. 1940년대 최초로 만들어진 초기 수채 색연필은 상세한 수채화 스케치가 가능해, 건축가들을 겨냥해서 만들어졌다라는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유성 색연필 + 수채 색연필
일반 색연필은 물에 녹지 않도록 만들어졌다면, 수채 색연필은 물에 녹도록 만들어졌죠. 그럼 이 두 가지 색연필을 겹쳐서 같이 사용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습니다. 일반 유성 색연필과 색상이 섞이지는 않을까, 그리고 유성 색연필이 얼마나 물에 녹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종이에 유성 색연필 파버 카스텔 폴리크로모스로 빨간색 공을 그린 후, 파버 카스텔 알버트 뒤러 수채 색연필 노란색과 보라색으로 배경과 나머지 부분들을 그 위에 칠하였습니다. 그런 후 붓으로 전체 화면을 물로 쓸어내렸습니다. 첫번째 가장 윗 공은 진하게 아래로 갈 수록 연하게 그려보았습니다.
어떻게 보이시나요? 배경으로 칠한 노란색 부분은 물과 섞여서 칠해졌고, 유성 색연필로 칠한 부분은 녹지 않고 남겨졌습니다. 수채 색연필로 칠해진 부분은 색연필 자국 없이 완전히 녹아서 칠해졌네요. 유성 색연필 빨간색 가루가 약간은 배경색과 섞여서 칠해졌어요. 유성 색연필이 아예 전혀 물에 녹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네요. 유성 색연필로 칠한 부분 중 물로 쓸려내려간 부분들이 조금 연하게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도 해보았습니다. 파버 카스텔 폴리크로모스 유성 색연필로 노란색 동그라미를, 파버 카스텔 알버트 뒤러 수채 색연필로 빨간색 배경을 칠해보았습니다. 물을 묻히니, 동그라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물에 풀어져 수채화의 투명하게 되었습니다. 기대했던 것 보다는 물감과 크레파스처럼 명확히 유성 색연필이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는 않으나, 유성 색연필로 그린 부분은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고, 수채 채색과도 잘 어우러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론은
파버 카스텔 유성 색연필을 물이 묻은 붓으로 쓸어 내렸을 때, 흐려짐 현상이 있으나 형체는 그대로 남아 있으며, 수채 채색한 부분과 잘 어우러진다. 수채 색연필은 편의성 뿐만 아니라 2가지 방법의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 독자적으로 독특하고 풍부한 표현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색연필 채색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파버 카스텔 공식 유튜브에서 수채 색연필과 워터 브러쉬를 사용해서 채색한 동영상이 있어 공유합니다.
참고 링크
알버트 뒤러 전문가용 수채 색연필 » 파버카스텔 - faber-castell
알버트 뒤러 전문가용 수채 색연필 » 파버카스텔 - faber-castell
www.faber-cast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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