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기/붙이기/모호하게 하기 - 존 골(John Gall)

디자이너 존 골(John Gall)가 제작한 북 커버 디자인들이 흥미롭다. 처음 그의 작업들을 접하게 된 것은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작가의 소설 표지를 통해서 였을 것이다.

 

존 골(John Gall) 이 디자인한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소설 표지들 (출처 : johngalldesign.com/Murakami)1)

오래된 잡지에서 오려낸 듯한 빈티지한 인물의 얼굴들과 콜라주(collage) 형식으로 재-배치한 이미지들의 충돌이 하루키 소설이 가진 초현실적인 서사와 등장하는 인물들의 청춘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가 디자인한 하루키 책의 표지가 머릿속에 더 잔상이 남는 이유는 일종의 모호함 때문인 것 같다. 잘라져 쌩뚱맞게 묘하게 붙여져 조합된 이미지는 머릿속에 질문을 남긴다. 저게 뭐지?

오랜동안 북 디자이너로 책을 디자인하였던 존 골(John Gall)은 매년 비슷한 판형의 책 표지를 디자인하다가 막막해져 어느 날 기존 책 표지들을 오리고 붙여서 가상의 책 표지를 만들어, 개인 블로그(아래 링크)에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3)

(그의 작업들은 아래 블로그에서 더 확인할 수 있다.)
https://nearlywaves.tumblr.com

never always

 

존 골은 인터뷰를 통해서, 그래픽 디자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콜라주를 이용한다고 대답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업무- 콘텐츠에서 시각적 연결 고리를 찾아내 투명하게 전달하는 것을 벗어나, 콜라주로 요소들을 단절시키거나 단절을 형성하는 데 집중한다고 한다. 2)

자신의 결정에 대해서 반문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콜라주는 그의 전후 작업에도 뚜렷한 흔적을 남긴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콜라주 작업들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영역이 되었다. 한국의 출판서 사월의 눈(April Snow)은 그의 10년 동안의 콜라주 작업만을 모아 2018년에 책으로도 출간하였다.

책 외부 내부 이미지, '존 골 콜라주 2008-2018, John Gall Collages 2008-2018', 2018, (출처 : aprilsnow.kr)

서로 다른 이미지들을 자르고 붙여서 조합하는 접근법을 통한 해체, 저항, 무너뜨림 전략은 그의 작업에서 분명히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단절과 재조합을 통한 질문, 그리고 답을 주지 않고 충돌이 발생시킨 우연을 그대로 남겨둠으로서 모호하고 궁금하게 만든다. (그의 콜라주 업데이트한 블로그 제목을 Never Always 로 지은 점도 답을 내리려고 하지 않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존 골(John Gall) 의 개인 블로그 화면 캡처 - 블로그 제목이 Never Always 이다- (출처 : nearlywaves.tumblr.com)

존 골(John Gall) 디자인 책 커버들 (출처 : johngalldesign.com) 1)

 

 

벌써... 몇년전인것 같기는 하지만, "영향력 있는 책 표지 디자인: 아트 디렉터의 관점(Impactful Book Cover Design : An Art Director's Perspective)"라는 제목으로 운영되는 디자이너님의 책 표지 디자인 온라인 강의도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참고해주세요. 

 

Online Course - Impactful Book Cover Design: An Art Director's Perspective (John Gall) | Domestika

Online course - Impactful Book Cover Design: An Art Director's Perspective (John Gall)

---

출처
1) https://www.johngalldesign.com/
2)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1/78840
3) https://www.aprilsnow.kr/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