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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예술가를 만들까? - 하루키, 모란디, 헤밍웨이

페이지 오 2023. 1. 3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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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 "Natura morta con bottiglia bianca e piccola bottiglia blu", 1955. 1)



작가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의 삶은 실제로도 극적인 부분이 없이, 일생에 결혼도 하지 않고, 태어난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는 50대까지 작업실도 따로 없이 자신의 침대방에 작업공간을 마련해서, 매일 그가 수집한 작은 일상 사물들을 오래 바라보고, 조용히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조그마한 병들을 이리고 저리로 조합했을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Natura Morta (Still Life),26 x 40 cm,1943(왼쪽)/ 25 x 46.6cm,1946 (오른쪽)

 

실제로 그의 작품을 검색해보면, 동일한 듯 보이는 정물이 그린 연도와 상관없이 계속 등장한다. 한가지 사물을 여러해에 걸쳐서 다른시기 다른각도로 그렸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작품의 사이즈도 비슷하고 (20x40cm 내외로 A3 사이즈와 비슷하다), 작품제목도 정물(Still Life)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진작가 조엘 마이어로위츠(Joel Meyerowitz) 가 찍은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 작업실 2)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가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한 부분이 떠올랐다.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작가로 꼽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는 자신이 실제로 겪은 극적인 사건을 땔감으로 삼아 창작열을 불태우는 유형의 작가로 그래서 하루키 작가는 전쟁(제1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제2차 세계대전)에도 참가하고, 사냥과 투우 등 자극적인 취미활동을 지속하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헤밍웨의 작품은 '초기 쪽이 더 좋다'는게 통상적인 정설이라고 한다. 

 

하루키는 이를 통해, 창작자에게 영감이 되는 것은 극적이고 엄청난 사건들 속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는 것이 더 오래 창작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역설한다. 조르조 모란디의 작품들도 꼭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일상을 휘감고 있는 사소하고 작은 것에 큰 우주가 있다고. 많은 것을 보기보다 한가지를 오래 응시해보면 끝없는 드라마를 찾을 수도 있을 거라고. 4)

 

책 표지 김혜리 '그림과 그림자',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참고링크 

1) https://www.davidzwirner.com/exhibitions/2021/albers-and-morandi-never-finished

 

Albers and Morandi: Never Finished | David Zwirner

Albers and Morandi: Never Finished is an exhibition exploring the formal and visual affinities and contrasts between two of the twentieth century’s greatest painters: Josef Albers (1888–1976) and Giorgio Morandi (1890–1964).

www.davidzwirner.com

 

2)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55486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물병은 물병이다

클로드 모네를 수련 중독자라 부르고, 에드거 드가를 발레리나 오타쿠라고 놀리는 무례가 관대하게 용인된다면 이탈리아 볼로냐 출신 화가 조르지오 모란디(1890~1964)는 다음과 같이 불릴 법하다

www.cine21.com

3) https://www.1stdibs.com/introspective-magazine/joel-meyerowitz-and-georgio-morandi/

 

Seeing Giorgio Morandi through Joel Meyerowitz's Lens

Photographer Joel Meyerowitz recalls how he became involved — intimately — with the work and sensibility of the obsessive still-life painter Giorgio Morandi. It all began last year, when Meyerowitz was spending a sweltering summer in Italy. “It was s

www.1stdibs.com

4) https://www.nytimes.com/2004/10/14/arts/design/looking-long-and-hard-at-morandi.html

 

Looking Long and Hard at Morandi (Published 2004)

Michael Kimmelman reviews works by Giorgio Morandi at Lucas Schoormans Gallery; photo (M)

www.ny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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