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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예술가를 만들까? - 하루키, 모란디, 헤밍웨이

작가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의 삶은 실제로도 극적인 부분이 없이, 일생에 결혼도 하지 않고, 태어난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는 50대까지 작업실도 따로 없이 자신의 침대방에 작업공간을 마련해서, 매일 그가 수집한 작은 일상 사물들을 오래 바라보고, 조용히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조그마한 병들을 이리고 저리로 조합했을 그의..

글과 이미지 2023.01.31

자르기/붙이기/모호하게 하기 - 존 골(John Gall)

디자이너 존 골(John Gall)가 제작한 북 커버 디자인들이 흥미롭다. 처음 그의 작업들을 접하게 된 것은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작가의 소설 표지를 통해서 였을 것이다. 오래된 잡지에서 오려낸 듯한 빈티지한 인물의 얼굴들과 콜라주(collage) 형식으로 재-배치한 이미지들의 충돌이 하루키 소설이 가진 초현실적인 서사와 등장하는 인물들의 청춘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가 디자인한 하루키 책의 표지가 머릿속에 더 잔상이 남는 이유는 일종의 모호함 때문인 것 같다. 잘라져 쌩뚱맞게 묘하게 붙여져 조합된 이미지는 머릿속에 질문을 남긴다. 저게 뭐지? 오랜동안 북 디자이너로 책을 디자인하였던 존 골(John Gall)은 매년 비슷한 판형의 책 표지를 디자인하다가 막막해져 어..

글과 이미지 2023.01.10

Discordant - B. 뷔르츠 (B. Wurtz) : Selected Works 1970- 2015

제목 B.Wurtz: Selected Works 1970-2015 출판 BALTIC Centre for Contemporary Art 미술가 B. 뷔르츠(B.Wurtz)는 주로 일상에서 아주 익숙한 사물들을 재배치한 조각 작품들을 만들어왔는데, 그의 작품은 섬세하고, 겸손하면서도, 불편하다. 그가 사용한 일상의 친근한 사물들(비닐봉지, 단추, 신발끈 등)이 기본적으로 따뜻한 정서를 환기시킴에도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반항적으로까지 보이는 부분도 존재한다.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보여주는 이 책의 소개글의 일부를 아래와 같이 발췌하였다. 책 일부 내용 번역 "40여년 동안, 뷔르츠는 평범한 일상의 사물들 - 케리어 백, 알루미늄, 로스팅 트레이, 단추, 신발끈-을 수집하여, 재배치한 구조를 만들어 왔다. ..

글과 이미지 2022.04.08

독서에 대한 잡지 - 더 해피 리더(The Happy Reader) 2019 여름

읽는 사람들 더 해피 리더(The Happy Reader)는 독서(reading)에 대한 잡지다. 구입한 잡지는 2019년 여름호로, 배우 오웬 윌슨의 독서에 대한 인터뷰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의 '명상록(MEDITATIONS)'에 대한 글을 담았다. 홈페이지에서는 잡지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홈페이지 소개 내용 번역) 더 해피 리더(The Happy Reader)는 영감(inspired), 정보,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독서에 대한 유니크한 잡지이다. 아름다운 타이포그라피가 담긴 이 잡지는 독서의 순수한 즐거움과 오프라인 상태의 고요한 사치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각 호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번째 부분은 독서 마니아의 인터뷰를..

글과 이미지 2022.03.31

모성의 이미지는 -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영화 잡지 프리즘오브(Prismof)

색채 미장센🔴🔵 한 호에 한 영화만을 다루는 영화잡지 '프리즘 오브',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다룬 편이다. 특히 이 영화는 색 - 빨강, 파랑, 노랑 - 의 대비를 통해서 드라마를 고조시키는데, 잡지에도 영화에서 이용한 색과 그 대비를 이용해, 영화를 소개하였다. 잡지의 여러 페이지에서 영화의 색채 미장센을 재해석한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모-자👩‍👦 영화는 아들 '케빈'의 엄마 '에바'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마지막에는 '케빈'이 벌인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역순으로 엄마 에바가 기억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잡지에서는 '케빈에 대하여'가 다루는 많은 은유 중에 특히 '모성, 여성, 부모 됨'의 자격과 역할, 인식에 대해서 많은 부분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로 그렇다. 사랑받..

글과 이미지 2022.03.23

간판들만 빛나는 -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빛나는 간판🥇🥈🥉 기자 출신 작가의 일종의 르포르타주로 합격, 당선이 계급이 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취재한 글이다. '총, 균, 쇠'가 인류사를 바꾸었다면, 이 세 가지 단어 '당선, 합격, 계급' 은 '당선, 합격 = 계급'으로 공식으로 오랫동안 내제화 되어왔다. 읽으며 밑줄 친 문장을 다시 읽어 보니, 오히려 울컥하고 지난 기억들을 건드리는 문장들이 많았다. 🧱 성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들어가지 못해 좌절하고, 성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밀려날까 불안하다. 대니얼 마코비츠(Daniel Markovits)의 책 '엘리트 세습'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Meritocracy Trap으로 성과주의의 함정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전력을 다..

글과 이미지 2022.03.19

왜 쓸까 -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박완서

왜 쓸까✏️ 왜 누군가는 세상에 없는 걸 계속 만들어 내려고 할까요. 왜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만들고, 시를 쓰고, 노래를 하고, 글을 쓰는 걸까요. 궁금할 때가 있었습니다. 박완서 작가의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 도입부에 '작가의 말'에서 동네에 있던 자그마한 동산이 불도저에 의해 뭉개지는 걸 목격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은 거기에 호응을 안하고 동산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시, 왜 쓸까🔥 '분명히 저기에 산이 있었는데, 내가 봤는데.' 그런거 아닐까. '내가 이거 분명히 봤는데, 왜 아무도 말을 안 할까. 여기에 있었는데.' 이런 억울함과 분통이 결국에 무언가를 쓰게 만드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

글과 이미지 2022.03.09

엄마의 이미지는 -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

😭🍜😊 표지가 너무 좋다. 양 쪽 젓가락에서 아래로 떨어진 국수와 제목의 울다(crying)이 더해져 눈물을 펑펑 흘리는 얼굴이 즉각 떠오른다. 동시에 두 젓가락 사이에 이어진 국수자락에서 웃고 있는 입모양이 연상되기도 한다. 두 사람이 한 국수를 떠먹으며 서로 이어진 모습이 모녀사이를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엄마하면 떠오르는 복합적인 감정이 명료하게 나와 있는 것 같다. 엄마라는 불가해한 존재💝 누구에게나 엄마는 불가해한 존재인가 보다. 미셸 자우너가 쓴 에세이는 집요하게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이 등장한다. 한국인 엄마, 미국인 아빠에게서 태어난 작가는 한국인 엄마를 떠나보내고 H 마트(미국의 한인마트 체인)에서 엄마를 떠올린다. "여기는 아름답고, 신성한 장소이다. 카페테리아에 가득찬 사람들은 각자..

글과 이미지 2022.03.08

베케이션(Vacation) - 블렉스볼렉스(Blexbolex)

제목 베케이션(Vacation) 저자 블렉스볼렉스(Blexbolex) 출판 인찬티드 라이언 북스(Enchanted Lion Books) 발췌(홈페이지 소개글 중).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종종 꿈과 같은 이 무언의 이야기는, 방해받은 고독, 다른 이와 같이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리고 어떤 선택이 우리의 삶을 깊이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것이다. 제목 이외에는 단 하나의 단어도 등장하지 않지만, 이미지로 구현한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이야기의 주인공 소녀와 할아버지, 코끼리와 시계, 집과 기차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각자의 서사를 만든다.

글과 이미지 2022.03.07

두유 럽미? - 아이 러브 유, 리틀원(I love you, little one)/낸시 태퍼리(Nancy Tafuri)

제목 아이 러브 유, 리틀 원(I Love You, Little One) 저자 낸시 태퍼리(Nancy Tafuri) 출판 스콜라스틱(Scholastic) 두유 럽미?💞 항상 더 사랑하는 사람은 더 묻고 싶다. 나를 사랑하는지. 정말로 사랑하는지.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사랑을 확인받고자 하는 질문은 언제나 가냘프고 간절하다. 아기가 묻는다. 깊은 숲 속 어두운 산속 동굴에서, 작은 아기 곰이 물었다. "엄마, 나 사랑해요?" 그리고 엄마 곰이 대답했다. "그래. 아가야. 나는 너를 산처럼 사랑한단다. 산이 튼튼하고 안전하게 너의 주변에서 눈과 비로부터 너를 보호하는 것처럼, 너를 사랑한단다. 산처럼 영원히, 언제나, 항상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산처럼🏔 엄마는 대답한다. 나는 너를 산 처럼, 땅처럼, 물..

글과 이미지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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