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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예술가를 만들까? - 하루키, 모란디, 헤밍웨이

작가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의 삶은 실제로도 극적인 부분이 없이, 일생에 결혼도 하지 않고, 태어난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는 50대까지 작업실도 따로 없이 자신의 침대방에 작업공간을 마련해서, 매일 그가 수집한 작은 일상 사물들을 오래 바라보고, 조용히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조그마한 병들을 이리고 저리로 조합했을 그의..

글과 이미지 2023.01.31

색연필 비교 - 파버 카스텔 vs 프리즈마

파버카스텔 유성 색연필(Faber-Castell Polychromos Colour Pencils)과 프리즈마 색연필(Prismacolor Premier Coloured Pencils) 중에 빨강, 노랑, 파란색 삼원색 발색과 겹쳐 칠 해졌을 때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비교해 보니 차이점이 더 명확하게 보이네요.)파버카스텔 색연필은 프리즈마 색연필과 비교했을때, 선의 예리한 표현이 겹쳐 있을 때에도 남아있고, 색깔 섞임에도 뭉개짐이 적은 것 같습니다. 프리즈마 색연필은 그에 비해, 종이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가시성이 뛰어나지만 여러 번 겹쳐 칠했음에도 종이에 밀착되어 단면으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이 보이는 것 같아요. 다크 옐로 닷(Dark Yellow Dot)에서 발행한 '모든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

연필과 색연필 2023.01.17

자르기/붙이기/모호하게 하기 - 존 골(John Gall)

디자이너 존 골(John Gall)가 제작한 북 커버 디자인들이 흥미롭다. 처음 그의 작업들을 접하게 된 것은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작가의 소설 표지를 통해서 였을 것이다. 오래된 잡지에서 오려낸 듯한 빈티지한 인물의 얼굴들과 콜라주(collage) 형식으로 재-배치한 이미지들의 충돌이 하루키 소설이 가진 초현실적인 서사와 등장하는 인물들의 청춘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가 디자인한 하루키 책의 표지가 머릿속에 더 잔상이 남는 이유는 일종의 모호함 때문인 것 같다. 잘라져 쌩뚱맞게 묘하게 붙여져 조합된 이미지는 머릿속에 질문을 남긴다. 저게 뭐지? 오랜동안 북 디자이너로 책을 디자인하였던 존 골(John Gall)은 매년 비슷한 판형의 책 표지를 디자인하다가 막막해져 어..

글과 이미지 2023.01.10

연필 사용한 현대 미술가 - 안규철

안규철과 연필  안규철 작가의 작품들은 연필이라는 재료와 많이 닮아 있다. 연필로 그리고 지워가며 쓴 그의 글과 그림들은 쓰고/그리고 지웠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림 일기  그의 글과 그림은 검소하고 소박한 표현 덕분에 어린 시절 숙제였던 그림일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글은 그림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그리고 그림은 글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서로 보완한다.     그가 그림과 글을 엮어 책으로 출판도 여러 번 되었다. '현대문학'에 정기적으로 실었던 그의 글과 그림은 (2001)으로, 그리고 이후에 (2013), (2021) 으로 출간되었다. 미대를 졸업하고, 기자 생활을 해왔던 작가에게 글과 그림은 그가 일생 단련한 언어를 같이 사용한 것이지 않을까.    그런데 왜 연필이었을까?   ..

연필과 색연필 2023.01.03

연필 잡고 머시든 - 당신의 느즈막 연필세트

잘못해도, 실수해도 다시 지울 수 있다는 점이 연필을 특별하게 만든다. 문해학습을 시작한 노년 여성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만든 소셜벤처 '당신의 느즈막'에서 제작한 연필세트를 우연히 발견했다. 패키지와 연필에 시니어 작가님들이 직접 쓰신 시구도 함께 담겨있다. 이제 글 쓰기를 막 배우기 시작한 할머님들이 연필로 쓰고 또 지워가며 또박또박 한 글자씩 써내려 갔을 모습이 연상된다. 철자가 틀린 부분도 귀엽다. 연필각인 문구들 연노란색 - 누구라도 늘 안녕하길 진노란색 - 어디든 싹이 틔우며 어여쁜 꽃으로 피어날 하늘색 - 바람따라 구름따라 흘러가보자 진초록색 - 모든 것을 사랑하면서 후해 없이 살 아라 남색 - 별들이 금방이라도 내 가슴 속으로 쏘다질 것 같았다 인생의 여러곡절들을 지나 또 새로운 도전을 하..

연필과 색연필 2022.12.26

연필 숭배자(pencil worshipper)에게 연필이 완벽한 이유

뉴욕 소호에 위치한 연필 편집샵인 씨피 펜슬 엔터프라이스(CW Pencil Enterprise)이 문을 닫았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운영되었으니, 약 7년 정도 운영된 셈이다. 아마 2021년 코로나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것 보다도, 가장 고전적인 필기구이지만 이제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연필' 자체가 가진 물성에 주목한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편집샵의 웹사이트도 연필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분석들에 대한 포스팅들이 굉장히 유용했는데, 대부분 삭제되었다. 다행히 포스팅 중의 일부분은 웹사이트에 남겨둔 것 같다. (연필 경도별로 비교해 둔 포스팅이 있었는데, 해당 포스팅은 삭제된 것 같다) https://www.cwpencils.com/ 이 연필샵을 알게 된 계기는 어떤..

연필과 색연필 2022.10.21

프리즈마 vs 파버-카스텔 - 파랑색

이렇게 비교했을 때, 두 브랜드 색연필의 차이가 더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프리즈마 유성 색연필이 쨍-하고 진하다면, 파버-카스텔 색연필은 부드럽고 촘촘하게 발려진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울트라마린(Ultramarine)'은 색의 이름은 동일하지만, 두 브랜드의 차이가 가장 명확히 보여집니다. 비슷한 색에도 색이름의 표기가 다른 점도 재미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파버-카스텔에서는 염료, 안료명의 이름을 가져와서 붙였다면, 프라즈마 색연필은 직관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 phthalo(프탈로)는 합성 청색 안료 Copper phthalocyanine(쿠퍼 프탈로시아닌)을 칭하는 이름이라고 합니다. https://page-oh.tistory.com/48 프리즈마 (Prisma Col..

연필과 색연필 2022.04.19

Discordant - B. 뷔르츠 (B. Wurtz) : Selected Works 1970- 2015

제목 B.Wurtz: Selected Works 1970-2015 출판 BALTIC Centre for Contemporary Art 미술가 B. 뷔르츠(B.Wurtz)는 주로 일상에서 아주 익숙한 사물들을 재배치한 조각 작품들을 만들어왔는데, 그의 작품은 섬세하고, 겸손하면서도, 불편하다. 그가 사용한 일상의 친근한 사물들(비닐봉지, 단추, 신발끈 등)이 기본적으로 따뜻한 정서를 환기시킴에도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반항적으로까지 보이는 부분도 존재한다.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보여주는 이 책의 소개글의 일부를 아래와 같이 발췌하였다. 책 일부 내용 번역 "40여년 동안, 뷔르츠는 평범한 일상의 사물들 - 케리어 백, 알루미늄, 로스팅 트레이, 단추, 신발끈-을 수집하여, 재배치한 구조를 만들어 왔다. ..

글과 이미지 2022.04.08

미지근한 위로 - 독서 팟 캐스트 서담서담

송곳 같은 분석이나, 자지러지는 웃김도 없지만, 그만큼 편하다. 각자 다른 직업(아나운서, PD, 정신과의사)을 가진 세 명의 진행자가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한다. 주로 책 내용과 연관된 경험이나, 자기를 대입해 보는 정도의 가벼운 대화들인데, 대화 중에 의미를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것 같다. 무엇보다 세 명 모두 더 나은 사람이고자 하는 건강한 욕망을 가진 보통 사람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출판사 관계자나 문학 작가가 없어서 그런지 책을 우열을 나누는 평가 대상이라기 보다, 책 내용 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마음들을 헤아리려 하는 태도가 들으면서 항상 위로가 된다.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을 듣는 것 같은 미지근한 위로의 맞장구를 받는 느낌이다.

영어와 뉴스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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